[울산=정태석 기자] 울산대공원 장미원 소나무 아래에는 꽃밭을 바라보는 데크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장미 사이를 걷던 동선은 그늘 아래에서 잠시 멈춘다. 꽃은 사람을 불러오지만, 벤치는 그 방문을 앉고 쉬고 바라보는 시간으로 바꾼다. 집 안은 아니지만 주거환경을 구성하는 한 장면이다.

‘장미원의 벤치는 왜 집값을 바꾸는가.’ 집을 고르는 기준이 현관문 밖으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면적과 기능뿐 아니라, 문을 나선 뒤 걷고 쉬고 머무는 하루까지 주거의 가치로 함께 본다.
면적, 연식, 학군, 교통, 브랜드는 여전히 주택가격을 설명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비슷한 조건의 집을 놓고 비교할 때는 다른 질문이 따라온다. 아이와 걸을 길이 있는가. 부모가 잠시 쉴 그늘이 있는가. 주말마다 다시 갈 장소가 있는가. 사람들은 ‘어떤 집인가’와 함께 ‘그 집에서 어떤 하루가 가능한가’를 본다.
국내 연구는 이런 변화가 단순한 수사만은 아니라는 단서를 준다. 2022년 ‘지방행정연구’에 실린 연구는 수도권 밖 36개 중소도시의 단독주택 실거래 3만8,097건을 분석해 공원과 가까운 주택일수록 가격이 높은 통계적 관계를 확인했다. 효과는 주택가격대와 도시의 녹지율에 따라 달랐고, 공원 면적은 유의한 변수가 아니었다.
공원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결과를 갈랐다. 2023년 ‘부동산분석’에 실린 대전의 아파트 382개 단지와 공원 409곳 분석에서는 유희·교양시설은 가격과 양의 관계, 운동시설은 음의 관계를 보였고 일반 편익시설은 유의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운동시설의 소음 등에 따른 비선호 가능성을 해석으로 제시했다. 공원이라고 모두 같은 값을 갖는 것도, 시설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두 연구가 함께 말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시장은 지도에 칠해진 녹색 면적만 보지 않는다. 어떤 공원인지, 어떻게 들어가고,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함께 읽는다.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공원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라 그 공원이 생활에 주는 편익이다.
그렇다면 공원의 편익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창원시민 429명을 조사한 2015년 연구에서는 공원 출입구와 보도, 횡단보도 같은 실제 진입 구조가 공원이용과 연결됐다. 2020년 서울 근린공원 연구도 산책로와 운동시설뿐 아니라 휴식공간, 접근성, 청결, 편의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공원 경계까지의 거리가 짧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들어갈 문이 있고, 걸어갈 길이 있고, 길을 건널 수 있어야 한다. 공원 안에서는 산책로와 그늘, 좌석이 이어져야 한다. 벤치의 의미도 개수에서 나오지 않는다. 걷던 사람이 잠시 멈추고, 머문 뒤 다시 길을 이어갈 수 있는 자리에 놓일 때 비로소 생활의 시설이 된다.

울산대공원 장미원도 한 개의 벤치로 설명되지 않는다. 안내도에는 장미광장과 장미언덕, 장미계곡, 포틀랜드 장미원과 여러 주제정원이 보행로로 이어져 있다. 꽃을 보는 구간, 방향을 바꾸는 갈림길, 잠시 앉는 자리, 다시 다음 정원으로 이동하는 동선이 하나의 경험을 만든다.

울산시도 2026년 1월 발표한 녹지정원 분야 계획에서 장미원의 공간을 전반적으로 다시 짜 이용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울산의 공원정책에서도 면적만큼 이용 방식이 중요한 질문으로 올라온 셈이다.
이것이 ‘확장된 주거’다. 소유권은 현관문 안에서 끝나지만 생활은 그 밖으로 계속된다. 학군과 교통, 면적과 연식 위에 아침에 걷는 길, 아이가 뛰는 공간, 고령의 가족이 쉬는 그늘, 계절마다 다시 찾는 풍경이 포개진다. 등기부에는 적히지 않지만 사람들은 집을 고를 때 이 시간까지 함께 계산한다. 집의 가치는 단일 조건의 합계가 아니라 집 안팎에서 가능한 생활의 조합으로 확장된다.
이 흐름은 공동주택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의 주택 구입 예정자 1,700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라이프스타일 유형에 따라 입지와 단지, 레저와 쾌적성에 대한 선호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광주의 공동주택 6개 단지를 살핀 연구는 커뮤니티시설의 양적 공급보다 질적 활용이 중요하며, 녹지와 물, 휴게 공간이 결합할 때 모임과 대화, 놀이 같은 활동이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주택단지 개발도 시설의 개수를 채우는 데서 보행과 휴식, 녹지와 교류가 실제 생활로 이어지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넓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편에서 사람을 머물게 한 것은 그늘과 공간이었고, 3편에서 그 경험을 다시 가능하게 한 것은 관리와 운영이었다. 4편에서 그 체류와 반복은 주거 선택의 언어로 넘어간다. 좋은 경험이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지 않고 생활권의 기억이 될 때, 사람들은 그 동네를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국내 연구가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공원의 거리와 유형, 이용 조건은 주택가격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결된다. 사람들은 주택 안의 조건뿐 아니라 주택 밖에서 가능한 경험에도 반응한다.
벤치가 집값을 바꾼다는 말의 뜻은 여기에 있다. 작은 벤치 하나에도 걷기와 쉼, 풍경과 기억이 이어지는 생활권의 가치가 응축돼 있다. 그곳에서 가능한 하루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런 선택이 쌓이면서 동네의 인식이 바뀌고 시장의 숫자가 새롭게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사는 것은 집 한 채만이 아니다. 그 집에서 시작되는 하루를 산다. 장미원의 벤치는 집의 경계가 현관문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가 걷고 쉬고 기억하는 생활권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집값은 벽 안의 면적으로 표시되지만, 가치는 벽 밖에서 반복되는 시간까지 품을 때 완성된다.
다음 5편, ‘AI가 계산하지 못하는 부동산의 마지막 10%’로 이어진다.
시리즈 순서
1편: 장미는 어떻게 온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 - 가치의 역사
2편: 사람들은 왜 꽃보다 그늘에 머무는가 - 공간과 체류
3편: 반복 가능한 아름다움은 어떻게 산업이 되는가 - 공학과 플랫폼
4편: 장미원의 벤치는 왜 집값을 바꾸는가 - 부동산 입지
5편: AI가 계산하지 못하는 부동산의 마지막 10% - AI와 현장감
6편: 가격은 데이터가 만들고 가치는 사람이 완성한다 - 경제적 결론
자료 및 이미지 출처
핵심 실증연구
1. 이성원, ‘지방 중소도시에서 도시공원의 역할: 단독주택 가격 효과를 중심으로’, 지방행정연구 36권 2호, 2022, 167~202쪽.
- 분석: 수도권 외 36개 중소도시 단독주택 실거래 38,097건, 2006~2021년.
- 확인 결과: 공원 근접성은 주택가격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관계. 공원 면적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
- 링크: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853299
2. 오현택·홍성조, ‘도시공원 구성요소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 대전광역시를 중심으로 -’, 부동산분석 9권 3호, 2023, 95~109쪽.
- 분석: 대전 아파트 382개 단지와 공원 409곳, 2019년.
- 확인 결과: 운동시설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음(-), 유희·교양시설은 유의한 양(+), 일반 편익시설은 비유의.
- 링크: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3020783
3. 이우성·박경훈·김은정·김태환, ‘근린생활권의 물리적 환경이 공원이용, 신체활동, 건강에 미치는 영향 분석 - 통합창원시 의창구 및 성산구를 대상으로 -’, 국토계획 50권 6호, 2015, 71~88쪽.
- 분석: 창원시민 429명 설문, GIS·현장조사 17개 지표.
- 확인 결과: 출입구 수·보도 비율·횡단보도 밀도 등과 실제 공원이용의 관계.
- 링크: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045796
4. 채진해·김원주, ‘건강증진을 위한 도시공원의 물리적 환경요소 평가 - 서울시를 대상으로 -’, 한국조경학회지 48권 4호, 2020, 29~40쪽.
- 분석: 서울 근린공원 7곳, 정량·정성 지표 및 현장평가.
- 확인 결과: 휴식공간·접근성·청결·편의성 등 다양한 지표와 정량·정성 평가의 병행 필요성.
- 링크: https://www.jkila.org/archive/view_article?pid=jkila-48-4-29
주거선호 및 공동주택 계획 연구
5. 구혜경·조희경, ‘주거가치에 기반한 라이프스타일 유형별 주거선호 연구 - 주택 구입 예정자를 중심으로 -’, 소비자학연구 25권 2호, 2015, 37~64쪽.
- 분석: 향후 5년 이내 아파트 구입 의향이 있는 서울시 아파트 거주자 1,700명.
- 확인 결과: 라이프스타일 유형에 따라 선호하는 아파트 형태와 입지·브랜드·내부·단지 특성이 다르게 나타남.
- 링크: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1987390
6. 양소영·문정민·조성우, ‘주거의식변화에 따른 공동주택 커뮤니티시설 설치현황 및 특성 연구’,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 13권 4호, 2018, 93~106쪽.
- 분석: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2013년 이후 준공·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6개 단지.
- 확인 결과: 커뮤니티시설은 양적 확보보다 질적 활용이 중요하며, 녹지·친수·휴게의 결합이 모임·대화·놀이를 유도함.
- 링크:
울산 공식자료
- 울산광역시, ‘세계와 동행하는 정원도시 울산 만들기 총력’, 2026-01-13. 울산대공원 장미원 공간 재구조화와 이용 만족도 제고 계획.
https://www.ulsan.go.kr/u/rep/bbs/view.do?bbsId=BBS_0000000000000027&dataId=178215&mId=001004003001000000
- 울산시설공단, 울산대공원 장미축제·장미원 안내.
https://www.uic.or.kr/ulsanpark/guide/guide04.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