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신앙을 만나는가 - 9. 파스칼은 왜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 불렀나

우주 앞의 인간

그러나 인간은 생각한다

인간은 왜 끊임없이 바쁘게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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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연약하지만, 스스로의 연약함을 성찰할 수 있기에 인간은 위대한 존재다.

9. 파스칼은 왜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 불렀나

   - 인간은 왜 연약하면서도 위대한가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강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건물을 세우고,

바다를 건너며,

우주를 탐사한다.

 

그러나 밤하늘을 바라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수천억 개의 별들,

끝을 알 수 없는 우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작은 지구.

 

그 속에서 인간은 먼지보다 작은 존재처럼 보인다.

 

파스칼은 인간을 갈대에 비유했다.

 

갈대는 약하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폭풍이 오면 꺾인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질병 앞에서 무너지고,

시간 앞에서 늙고,

죽음 앞에서 아무 힘도 없다.

 

파스칼은 인간의 이런 모습을

‘비참함’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파스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갈대는 약하지만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안다.

 

죽음을 안다.

고통을 안다.

실패를 안다.

 

심지어 자신이 언젠가 사라질 존재라는 것도 안다.

 

파스칼은 바로 여기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고 보았다.

 

우주가 인간을 짓밟을 수는 있다.

 

하지만 우주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반면 인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안다.

 

그 인식 자체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

 

인간은 연약하기 때문에 비참하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위대하다.

 

파스칼은 사람들이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일을 하고,

여행을 가고,

오락을 찾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는 이를 ‘기분전환(Diversion)’이라고 불렀다.

 

문제는 즐거움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자기 존재를 잊기 위한 도피가 될 때이다.

 

사람들은 사실상 불안을 피하기 위해 바쁘게 산다.

 

침묵 속에서는

삶의 의미,

죽음,

외로움,

공허함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스마트폰 문화 역시 비슷하다.

 

잠시만 혼자가 되어도 우리는 화면을 켠다.

 

파스칼이 살아 있었다면

아마 현대인을 보며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여전히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근대는 인간 이성을 신뢰하기 시작한 시대였다.

 

하지만 파스칼은 이성만으로는 인간을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사랑도,

용서도,

희생도,

신앙도

 

수학 공식처럼 계산되지 않는다.

 

그는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결정들은 종종 이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래서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마음은 이성이 알지 못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

 

파스칼은 이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대한 수학자였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존재이다.

 

파스칼은 신 존재를 수학적 관점에서도 생각했다.

 

그 유명한 ‘파스칼의 내기’이다.

 

그의 논리는 단순하다.

 

만약 하나님이 존재하는데 믿지 않았다면 모든 것을 잃는다.

 

반대로 하나님이 존재하고 믿었다면 영원을 얻는다.

 

설령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믿음으로 인해 잃는 것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그는 믿음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오늘날 이 논증에는 다양한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다른 곳에 있다.

 

파스칼은 인간이 완전한 증명을 기다리기만 하다가 인생 전체를 놓칠 수 있다고 보았다.

 

삶은 언제나 불확실성 속에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한다.

 

비교 때문이다.

 

SNS 속 타인의 성공,

외모,

재산,

관계와 자신을 비교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파스칼은 인간의 본질을 다르게 보았다.

 

인간은 원래 완전하지 않다.

 

연약하다.

 

실수한다.

 

흔들린다.

 

그 사실 자체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연약함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다.

 

우울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존엄을 잃지 않는 태도이다.

 

파스칼은 인간을 과대평가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않았다.

 

그는 인간이 동시에 비참하고 위대한 존재라고 보았다.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불렀다.

 

갈대처럼 약하지만,

생각할 수 있기에 위대하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는 성공과 실패,

비교와 경쟁 속에서 흔들린다.

 

때로는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고,

때로는 너무 낮게 평가한다.

 

그러나 파스칼은 우리에게 더 깊은 시선을 제안한다.

 

인간의 위대함은 강함에 있지 않다.

 

자신의 연약함을 직면하면서도

진리와 의미를 찾으려는 마음에 있다.

 

어쩌면 인간은 지금도 여전히

하늘 아래 서 있는 작은 갈대일지 모른다.

 

하지만 생각하고,

사랑하고,

질문할 수 있는 갈대이기에

여전히 위대한 존재이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6.16 09:12 수정 2026.06.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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