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국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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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국제시장

 

안녕하세요. 진선미 기자입니다. 영화라는 타인의 이야기를 바라보다가 문득, 내 기억 하나가 스크린 위로 겹쳐 올라오는 순간이 있죠. 그건 우연이 아니라 영화가 우리에게 건네는 작은 고백일지도 모릅니다. 인문칼럼 [최민의 영화에 취하다]을 통해 프레임 밖에서 울리는 마음을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자, 함께 영화에 취해볼까요.

 

 

역사를 리라이팅하는 건 문화의 힘이다. 그 문화 중에서도 강력한 한 방은 영화다. 할아버지 세대가 온몸으로 겪은 한국전쟁은 우리에게 수많은 콘텐츠에 영감을 준다. 몇백 년 전의 전쟁인 임진왜란도 영화나 문학 음악 드라마 웹툰 등 수많은 콘텐츠를 생산해 내도 소재 고갈이 되지 않고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금세기에 일어난 한국전쟁은 앞으로 몇백 년은 끄떡없이 영화로 드라마로 소설로 음악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가장 잔인하고 가장 슬프고 가장 비인간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 17일 국제시장이 개봉되었다. 메말랐던 우리의 눈물샘이 전쟁영화를 통해 터진 것이다. 누군 국뽕이라고 하고 누군 정치적 의도라고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린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영화 매니아이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은 연기의 달인 황정민이 나오고 웃기게 생긴 오달수도 나오고 감칠맛 연기로 물이 오른 김윤진도 나와 영화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 가기에 충분했다. 1950년 12월 함경남도 흥남항에는 ‘흥남철수작전’이 시작되며 영화는 막을 올린다.

 

1950년 함흥에서 살던 덕수네 가족은 전쟁이 터지자, 피난민이 된다. 남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모두 막혀 버렸고 미군들이 철수시키는 화물선 한 척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개미처럼 달려들어 남하하는 화물선에 오르려고 발버둥 치는 피난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에드워드 장군은 화물선에 있던 모든 무기를 버리고 피난민들을 태우기로 결단을 내린다. 그러나 배는 한 척뿐이었고 십만 명이 넘는 피난민들을 모두 태울 수 없었다. 배를 타지 못하면 죽을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덕수는 여동생 막순을 업은 채 밧줄에 매달려 배 위에 올라갔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막순의 어깨를 잡아채 버렸고 결국 덕수만 혼자 배 위로 올라오게 된다. 동생 막순이 없어진 걸 알게 되었지만 이미 막순은 사라지고 없었다. 

 

딸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 덕수의 아버지는 덕수에게 장남으로 동생들 잘 돌보라며 만약 가족이 흩어지면 부산에 있는 ‘꽃분이네’라는 가게에서 만나기로 하고 없어진 딸을 찾기 위해 배 밑으로 내려간 순간 배가 출발했다. 아버지와 막내 여동생을 잃게 된 덕수는 남은 가족들을 데리고 부산에 도착해 고모를 찾아가 더부살이하며 가족들을 먹여 살리게 된다. 덕수는 아버지 말대로 장남의 본분을 다하며 치열하게 살게 된다. 공부 잘하는 동생 승규가 서울대에 합격하게 된다. 하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에 동생 승규의 학비를 마련할 수 없어 비통해하고 있자 덕수 친구가 서독에 광부로 가면 승규 학비는 물론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독일에 가서 광부로 힘든 일을 하면서 파독 간호사 영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고국에 돌아와 결혼식을 올리고 고모의 가게를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가게를 인수한다. 그 돈을 메꾸기 위해 전쟁 중인 베트남으로 가서 돈을 벌려고 하지만 위험한 전쟁터로 보낼 수 없는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결국 가족을 설득해 베트남으로 떠나 온갖 고생을 하며 돈을 벌어 돌아온다. 그후 KBS에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보게 되고 잃어버린 막내 여동생과 아버지를 찾게 된다. 결국 막내 여동생을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국제시장’은 전쟁도 이겨내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삶의 현장도 재건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독일도 가서 죽도록 고생하고 또 베트남으로 가서 돈 벌어 오는 극한 상황에 놓였지만 다 극복해 내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삶이란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결국 살아내는 것인가 보다. 살아남기 위해, 자식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그토록 처절하게 고군분투했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을 남김없이 다 들여다보니 눈물이 났다. 저렇게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는 생각에 괜히 숙연해졌다. 

 

나라가 여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죽도록 살지 않아도 살 만한 세상이 여기 있어서 또 얼마나 다행인가. 툭하면 맛집 찾아다니고 주말마다 여행가고 일 년에 두어 번 해외여행 가는 섬세하고 세련된 일상이 고맙고 또 고맙다. ‘국제시장’ 세대들이 그토록 열심히 일해 우리가 살아갈 길을 닦아놓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참 대단한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의 평범하지만, 위대한 이야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가끔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굳세어라 금순아’의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편의 영화가 나오면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자신들의 틀을 정해놓고 그 틀에 맞는 프레이밍 작업을 한다. 영화가 주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한 편으로 정치판이 뒤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좌빨 영화라느니 우빨 영화라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떤다. 영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다음에야 다 사람의 이야기 아니던가. ‘국제시장’을 본 사람이 천만이 넘어가면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중요한 건 이 눈물겨운 이야기에 슬프면 슬픈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그냥 보면 되는 것이다. 영화롭게 영화를 보다 보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는 주인공 덕수의 대사가 우리 삶과 닮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칼럼을 읽으며 어쩌면 영화는 답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삶에 작은 여백 하나를 남기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진선미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6.02.11 09:33 수정 2026.02.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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